제주도의 전통민가를 찾아보면 대문이 없다. 대신 정낭이 있다. 길에서 마당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진입로인 ‘올레’와 맞닿은 곳에 대문 대신 통나무가 걸쳐져 있는 돌기둥이 양쪽에 있다. 정주목이라 불리는 이 돌기둥에 구멍 세 개가 뚫려 있고, 이 구멍에 끼워놓는 통나무를 일컬어 정낭이라고 한다. 

  제주도에 대문이 없는 이유는 호랑이 같은 맹수가 없어서라는데, 소와 말을 방목하는 지역 특성상 가축이 집 마당으로 들어와 텃밭에서 키우는 농작물이나 마당에서 말리는 곡식 따위를 먹어치울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들을 막기 위한 정낭이 필요했다고 한다. 

  성인이 되어 뭍(육지)으로 나와 보니 역시 타지와 제주를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은 제주의 풍광이며 (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) 그 중에서 바람이 으뜸이요 그 다음은 돌이었다. 흔하고 흔해 아무데나 널려있는 현무암. 구멍이 송송 뚫린 그 검은 돌. 넘쳐나는 게 돌이라 제주도의 담벽은 돌로 쌓아 올린 것이고 심지어는 밭이나 무덤가도 네모 반듯하게 돌담으로 둘렀다.
  그리고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정낭이었다. 정낭이 정주목에 걸쳐진 개수가 뜻하는 바를 어렸을 적 귀동냥으로 들었는데 잊고 있었다. 다시 찾아 보니 그 뜻은 이러했다. 통나무가 하나만 걸쳐져 있으면 집 주인이 잠깐 외출한 것이고, 두 개 걸쳐져 있으면 좀 더 긴 시간을 외출했다는 뜻이며, 세 개 모두 걸쳐져 있으면 온종일 출타중이라는 신호란다.

 바람이 세차게 불던 그날 오후, 우리는 숲 속 어느 오솔길 앞에서 정낭이 두 개 걸쳐진 것을 보았다.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"시간이 좀 걸리쿠다. 나중에 보게 마씸."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(잠시 시간이 걸리겠습니다, 그러니 나중에 다시 오시겠습니까?)

 이제는 주인이 없는 빈 집에 정낭만 남아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. 


* 사진 찍사: 제이파
* 위 글은 "제주도 여행 싸게 가기"라는 카페의 글을 일부 참고했습니다.






제주도의 모든 틈새에는 바람이 고여 있다.
그래서 그곳에서는 어디서나
바람을 볼 수 있고, 만질 수 있고,
그리고 들을 수 있다.
굳이 귀 기울이지 않아도
귓볼을 타고 기어 들어가 달팽이관까지 웅,웅, 울리는
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.


찍사: 제이파 

여느 때와 같이 바람이 불던 날,
제주도의 돌 공원에서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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